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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 왕 2021. 7. 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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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해외에서 하숙하던게 생각나서 써본다.

하숙이라는 표현보다는 house share 개념이다. 보통 하숙은 밥이랑 빨래도 해주는 개념이니 조금 다르다.

싸고 좋은집은 없다 하지만 잘 고르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집은 분명히 있다.

몇가지 옵션이 빠지더라도 나와 상관없는 옵션이라면 괜찮지 않은가.

해외생활 시작부터 바로 차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사실 대중교통 편의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속도로 진출입이나 주차문제 해결이 더 중요했는데 처음에 구한집은 조금 저렴한 한인촌에 있는 유닛이었다. Unit이라 함은 한국에서 빌라라고 부르는 그런 연립주택을 말한다.

 

매우 현실적인 호주 유닛 보통 저 뒤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다.

 

그런데 보통 호주는 세대별로 1대(요즘은 그 이상인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1대) 주차가 가능하고 바닥에 호수가 적혀있어 정해진 칸에 주차를 해야한다. 덕분에 주차자리 때문에 분쟁이 생길 여직가 거의 없다. 단점이라면 차량이 없는 세대의 칸이 비어있으면 공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정도?

다행히 내가 살던 스트릿은 주차시간 제한이 없는 스트릿이었다.

보통 1P라고 써있으면 한번에 최대 주차시간 1시간, 2P면 2시간이다. 그리고 보통은 적용시간이 정해져 있다(예를 들어 1P / 9AM-6PM이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한번에 1시간까지만 주차 가능 이후에는 차를 이동해야 함. 보통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시간제한이 풀림, 이 경우 저녁에 들어오고 아침 일찍 나가는 경우에는 시간제한 없이 주차하는거나 마찬가지)

집주인 세대가 차량을 이미 2대를 사용중이었고(1대는 주차장, 1대는 스트릿 파킹) 당연히 나에게 돌아올 공간이 없기에 난 스트릿 파킹을 했었다. 시간제한 없는 스트릿이라 참 편했다. 물론 저녁 늦게 들어오면 빈자리 찾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서있으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은게 사람 아닌가.

언제부턴가 옆집 주차칸이 항상 비어있는게 좀 아깝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집주인 내외에게 물어보니 옆집아저씨 차가 없는 것 같은데 약간 이상한 아저씨라 말도 못 걸고 조심스러워 하더라.

보면 항상 머리도 떡져있고 종종 피자 시켜먹는것만 봤다. 물론 내가 밖에 나갈때 종종 아저씨가 발코니에서 바람쐬고 있으면 항상 내가 먼저 인사했었는데 약간 어려워하나 인사는 잘 받아주시더라고 딱히 나쁜사람 같지는 않더라. 그러던 어느날 용기내어 물어봤다. 혹시 주차자리 써도 되냐고. 그랬더니 아주 흔쾌히 쓰라고 하시더라 ㅎㅎ 역시 사람은 용기가 있어야 돼.

그래서 한참 잘 쓰다가 5개월 정도 후 이사 나오면서 집주인 내외가 그자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실수를 한게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썼어야 했는데 내가 썼으니 그냥 자기들도 당연히 써도 되겠거니 하고 사용하다가 나중에 아저씨가 새벽에 나와서 차를 발로 차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좀 물어보고 쓰지 ㅠ

잘 살던 집에서 이사를 굳이 나온 이유는 교회 형이 그 때 박사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자기집에 방 빈다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아가게 되었다. 형이 나를 워낙 좋아해줘서 엄청 데려가고 싶어했다. ㅎㅎ(이때만 해도 이집에 5년이나 살게 될줄은 몰랐다)

그 동네는 해당주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자동네중 하나였는데 난 너무 비쌀까봐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근데 형이 원빈 빙의해서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하면서 원래 살던 저렴한 한인촌 유닛의 2/3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시더라고.. 그래서 생각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주중에 다시 연락와서 집 보러 오라고.. 거의 강압적으로 가서 집 구경했다(내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고 참 고마운 형이다)

알고보니 형 집은 아니었고 백인아저씨가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거의 무정부 상태라 형이 집주인처럼 살고있는 집이었다. 그당시 친하게 지내던 형 한분은 그 아저씨 게이 아니냐고 자기도 예전에 집 한번 잘못 구해서 큰일난적 있었다고 하시더라고. 그래도 혼자 들어가는게 아니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질렀다.

아저씨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는 2주 뒤에 들어오겠다고 했는데(보통 원래 살던집에 2주 노티스는 줘야 하니까) 2주치 방세 안 받을테니 바로 들어오라고 하더라.(원래 살던집에서 2주치 손해보고 그냥 자기집 와서 2주는 공짜로 살라는 이야기) 그래서 그 주에 바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집은 지하철 역에서 한 3킬로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어차피 나는 차를 타고 다니니까 1도 상관 없었다. 차 없는 친구가 이사를 들어와서 도보로 지하철역까지 매번 이동했는데 처음에는 40분정도 걸리더니 나중에 30분컷을 찍더라. 축지법을 쓰는건지 아니면 너무 걸어서 살이 빠진건지 ㅎㅎ 난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던데..

이 집의 장점은 뭐였냐면

1. 원어민과 함께 살아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2. 집이 크다.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걸어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동네가 조용하다(성북동, 한남동 느낌)

3. 동네 이미지가 좋아서 이동네 산다고 하면 간지난다(내 집이 아니긴 하지만)

4. 치안이 좋다. 학군이 좋다보니 어울리는 사람들의 하방이 어느정도 보장된다.

5. 공짜로 고양이를 키울 수 있었다(아저씨 고양이라 유지비와 책임은 아저씨가)

6. 맛있는 홍차를 공짜로 마셨다(영국계 백인이다보니 확실히 밀크티를 맛있게 말긴 하더라)

7. 한인촌에서 멀다.(꼭 영어때문만은 아니다. 한인들이 흔한 동네에 살면 사람들이 별로 안 반가워한다. 흔해서 그런걸수도 있고 데일대로 데여서 그런걸수도 있고 ㅋㅋ)

단점은

1. 외로운 아저씨랑 살다보니 투머치토커를 상대해야 한다(바쁠때 걸리면 진짜 피곤함)

2. 집이 너무 크고 낡았다. 청소가 빡세고 카페트 관리가 안 되어있어 청소를 해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3. 동네 이미지가 좋아서 부자로 오해받는다. 부자로 오해받는게 썩 좋지만은 않다.

4.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다. 산 옆에있는 동네다 보니 집앞에 야생동물들이 자리잡고 사는 경우도 있다. 뱀도 종종 나온다는데 다행히 5년동안 물린적은 없다. 사람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확실히 알게해준 동네

5. 고양이를 키워야 한다. 종종 새벽에 복도에서 막 뛰어다니는데 이거 진짜 짜증남. 그리고 밥주면 맛있게 잘 먹어놓고 만지려고 하면 하악질 할 때 진짜 짜증남 개새끼가.. 하여튼 유리멘탈인 사람이나 나처럼 성질 더러운 사람은 고양이 키우면 서로 힘들다. 아저씨가 종종 부재중일 때 사료 주는거랑 병원 데려가는거 부탁하면 해줘야 함.

6. 홍차를 많이 마시게 된다. 치아에 착색이 심하게 되더라. 열심히 닦아도 잘 안 벗겨지던데 ㅠㅠ

7. 한인촌에서 멀다.(식료품 사거나 한국사람들 만나러 갈 때 빡셈 ㅜㅜ)

이정돈데 어쨋든 중간에 로컬교회 다니면서 원어민 친구들과 어울리고 바베큐랑 파티하고 놀러가서 축구하고 정말 재밌었다. 영어권 여자들이 좀 씩씩하다는건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같이 축구하는데 볼 컨트롤도 쩔고 내가 뛰어가면 공 찔러주는 타이밍이 진짜 예술이다(참고로 컨트롤 쩔고 찔러주기 고수인 친구는 의대생인데 공부만 잘하는게 아니라 운동도 잘한다 매력있다. 물론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예쁜 얼굴까지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축구하다 조인트끼리 부딪혀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골키퍼 친구도 여자인데 사정없이 킥을 날려도 잘 받는다.

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시 초딩때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느꼈다. 여자애들 진짜 격없이 잘 지내서 좋다. 그대신 쎈 친구들은 너무 쎄다. 수틀리면 바로 죽빵 돌릴거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영어예배나 사교, 봉사 등 다른건 다 할만했는데 영어로 성경공부 하면서 내 의견 물어볼 때랑 대표로 기도해달라고 할 때 진짜 힘들었다. 중간에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버텨내서 생활영어는 많이 편해졌다. 젊었을 때 한번쯤 해외생활 해본거 후회는 없고(독하게 원어민들 사이에 들어갔기에) 정말 독하게 할 생각이 있다면 추천할만 하다.

 

사실 호주 하우스들이 대체적으로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국적인 삶을 살아보기엔 좋지만 손도 많이 가고 편리함은 한국의 신축 아파트가 최고인듯. 어쨋든 해외에 나갔다면 하우스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특히 건축업에 종사하는 중국 친구네 놀러갔는데 화장실도 정말 예쁘고 계단 옆에 연못 그리고 수영장도 정말 잘 해놓고 살더라. 돈 있고 관리할 자신 있으면 하우스가 좋긴 좋지 ㅋ 결국은 돈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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